노동영화제

* 이 글은 지후님의 [제8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 (1116-1121)]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여성 전사들> (2004, 아르헨티나, 33분, 노동자의 눈)

 

아르헨티나의 반(半)실업 노동자 운동인 삐께떼로스(piqueteros=picketers) 운동 참여자가 여성이 많은 이유는 당연히 여성 실업자가 많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삐께떼로스 운동에 폭력적인 면이 있어설까? 내가 작년에 본 영화들은 모두 남자 위주로만 나와서 여성 참여자가 더 많은지도 몰랐다.

 

영화는 노동자 여성의 문제, 가정과 제도적 폭력을 서두로 언급한 후 주로 "낙태할 권리"를 다룬다.

섹스를 즐기고 아이를 가지는 것이 여성의 일만이 아니고 남녀 모두의 것인데 왜 여성만이 피임약과 콘돔, 낙태할 권리를 요구하는 걸까?  어째서 여성의 문제가 되는 것일까?

 

낙태에 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나는 낙태를 반대한다. 성매매를 대할 때랑 비슷한 것 같다. 낙태나 성매매나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만 현실적이 여건상 어쩌겠는가. 낙태가 반드시 인정되어야 할 지점이 분명히 남아 있으니. 하지만 역시 잘 사는 나라의 자유로운 여성들이 실수로 임신을 하고 애를 지우는 것은 싫다. 살인이라는 생각이 왜 안들까. 질 밖으로 나오고 나오지 않고가 그렇게 큰 차이인가? 아직은 내 살이니까 내 마음인가?

 

위에 얘긴 개인적인 거고 영화에서 어느 활동가의 "여성이 낙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낙태를 강요한다"는 말, 교회에 대해 "내 난소를 내줄테니 너의 묵주를 가져가라"라고 외치는 여성들, 교회가 권력을 갖고 휘두를 때 일어나는 일들은 짜증날 뿐이다. 콘돔을 달라고, 피임약을 달라고 외치고 있지 않은가?!

 

추가로 여성활동가들의 NGO에 대한 반감이 크던데 대체 어떤 엔지오들인지 궁금.

그리고 대부분의 샷이 인터뷰 여성 얼굴의 클로즈업이었는데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러웠다, 클로졉.

 

 

  (2002, 미국, 56분, 베로니카 셀버)

 

민언련에서 대안 언론에 대한 한 강의를 들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2차 세계대전의 광풍이 지나가고 매카시즘이 판을 칠 때 이들은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민중의 후원으로 만드는 라디오 방송을 지켜나간다. 여러 가지 사회정치적 문제를 논의하고 정치활동도 감행하는 멋진 모습이었다.

1999년에 방송국 주가가 매우 오른 상태에서 재단이 방송관계자와 청취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방송국을 팔아 버리려는 음모를 꾸미는데, 그래서 다 짤리고 경찰 오고 시민들 시위하고 난리도 아니다가 재단이 결국 무릎을 꿇는다. 또라이들.

아주 재미있었는데 별로 할 말이 없다.

 

 

<기계가 아니다. 아프다고 외쳐라> (2004, 한국, 35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 교육·영상기획 노동자의눈 공동제작)

 

전혀 몰랐다.

의료노동자들도 아프다는 것을. 산재로 치료받는다는 것을. 온몸에 무리가 가는 노동이라는 것을.

왜 어째서 전혀 생각도 못했을까? 환자, 환자를 치료한다. 너무 놀랬다.

 

IMF 이후 적자를 이유로 대량 해고되고, 일거리는 고대로 남은 이들에게 가중된다. 월급은 삭감되고... 그렇지만 월급인상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좀더 고용해 달라고, 근무시간을 줄여달라고, 산재를 인정해 달라고 지극히 당연한 걸 요구하는 거다.

 

마음 아픈 것은 식당에서 일하는, 좀더 의료와 동떨어진 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은 산재를 인정받기 더 어렵다는 것.

 

마이클 무어가 이 영화를 찍었다면 병원관계자를 찾아가 정말 적자인지, 그것이 실은 뻥이라는 것을 밝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음모론에 의하면 적자라는 것은 뻥이다. 무어 씨 확인해 주셈

 

 

<노란 카메라> (2004, 한국, 50분, 한범승)

 

지루했다. 한두 장면으로 충분할 것을 몇 분 씩을 소비했다. 그렇다고 중요한 내용도 아니었는데.

부안의 미디어활동가들의 모습을 담을라치면 그 사람들 활동을 찍어야지 왜 밑의 영화 감독님의 구술만 이어지나... 옛날 얘기 회고한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인권영화제 상영시보다 부안영화제 부분을 추가했다는데 그 부분의 의의를 모르겠다. 영화제 추진을 느리고 길게 보여주고 한 시민은 "환경도 좋지만 일단은 반핵이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조심스럽게 비판하고 한 미디어활동가는 "주민투표 이후 환경, 언론, 영화제 등으로 에너지가 분산된다"며 좀더 핵폐기장 유치 반대 투쟁에 집중하기를 또한 조심스럽게 비판했다.

만일 활동가들 사이의 갈등을 찍고 싶었다면 좀더 자세히 보여주지. 도대체 미적미적, 이게 뭐지.

 

부안영화제에 핵문제 말고도 여러 환경 이슈를 다룬 이유를 밑에 감독님이 설명하신 거는 정말 건졌다. 반핵으로 이 투쟁이 끝나면 다시 그전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 환경 인식의 진일보를 바랬다고.(이 말 또한 내가 각색한 것임-ㅅ-) 그러나 왜 그분의 구술로 영화를 만든 건지, 다른 활동가는 얼굴만 나오고 왜 전혀 아무말 안 한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못내 불만스럽다.

 

참 감독님 말씀으로 부안은 이제 핵폐기장 선정지에서 제외될 것 같다고. 군산이나 경북 어디가 물망에 떠오르고 있단다. 그래도 투쟁은 멈추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나 역시 주민투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부안을 잊은 수도권 인간이지만 부안 군민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기대해 본다.

 

 

<2월14일 부안군민 주인되는 날> (2004, 한국, 40분, 노란영상집단 214)

 

위 <노란 카메라>에서 찍은 미디어활동가들 노란영상집단이 만든 부안의 주민투표 이야기.

노란영상집단은 초보들이라는데 부안의 생생함을 잘 담아서 좋았다.

 

위도의 핵폐기장 설치 찬성하는 한 주민의 "어차피 영광에 핵발전소가 있어서 거기서 터지면 물이 바로 여기로 흘러오기 때문에 핵폐기장 하나 더 짓고 돈 받으면 좋다"는 취지의 말씀이 정말 쓰리다.

 

주민 투표 이후 나레이터(감독)의 말대로 "썰물처럼 일상으로 돌아간 군민들".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주민 투표 승리의 쾌거 이후 대부분의 주민들의 투쟁 의지가 약화되었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그래도 결국 해내셨군요. 개뿔도 도움이 안 됐지만 저도 아주아주 기쁩니다.

 

님비라고 욕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자기가 님비다. 그러므로 그런 말은 대꾸해줄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하겠다.

 

 

 

아 이제 자중해야지 했는데 내일 또 가기로 했다-ㅅ-

토요일에 오즈 야스지로 <동경이야기> 보고 담주에 상미라 <하나와 앨리스> 보고 또 하품 영화제 가서 <하나 그리고 둘>이랬나? 고렇게만 보고 2월까지 영화보지 않으리예... 진짜!!

용기 녀석이 빌려준 <헤드윅>도 봐야하겠구만 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