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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08
    니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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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1/05
    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 - 불인별곡(不忍別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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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5/12/12
    좋아하는 비엘 작가의 재미없는 작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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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5/12/08
    동경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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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

플라워flower 

폴리네이션pollination

니드need

 

코노하라 나리세상의 소설을 쭈욱 읽고 있다, 좋은 것도 있고 아주 좋은 것도 있고 아주 별로인 것까지,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은 몇 가지 없는데 여러 가지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게 경이롭다.

 

원래는 몇 가지 키워드로 작품들을 엮어서 분석하려고 했는데 플라워 씨리즈에서 두 손 들었음;ㅁ; (본인이 뭔가를 분석하는 것은 마음이 이입 안 됐기 때문에 가능하답니다. 그래서 마음 이입 안 하려고 엄청 노력하지만 거의 안 됨-_- 뭐 나중에 할지도 모릅니다)

 

플라워는 굉장히 평범했다, 요새 한번에 많은 소설을 읽느라고 등장인물 이름 못 외우는 것에 반해 주인공인 타니와키는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 <시가테라>의 귀잘린 녀석과 이름이 같아서 외울 수밖에 없었.. 상대방은 성은 모르겠고 이름은 아키라... 아키라라는 이름을 잊을 순 없지:)

 

읽을 때의 느낌은 <안녕, 하고 너는 손을 흔들었다>가 가장 좋았다. <사요나라, 하고 너는 손을 흔들었다>라고 번역한 것도 좋다. 둘다 좋다. 제목 문장을 참 잘 썼다, 남들처럼 나도 1부로만 끝났어도 좋을 듯 했지만 역시 2편에서 맺어지는 게 좋긴 하더라 막판에 리듬을 잘 못 탔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플라워를 읽을 때는 지루했다 능력있는 섹스 매니아의 패트 길들여 가지고 놀다 버린 후 그 패트는 죽기라는 평범한 스토리, 대체로 패트가 죽지 않은 스토리가 훨씬 많지만, 타니와키가 꼴좋다는 생각보다는 자기가 패트를 사랑했음을 패트의 죽음 후에 깨닫고 무너지는 것은 죽음이라는 자극이 단순히 깨달음을 주는 촉매제가 아니라 자극 자체가 전부인 게 아닐까. 그 자극이 없었으면 패트를 사랑한 것을 평생 못 깨닫는 게 아니라 죽지 않았다면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고(사랑의 소급효=ㅅ=) 죽음 자체로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뒀다. 깊은 생각은 못 하겠음;

 

그리고 아무생각없이 본 폴리네이션과 니드, 아주 뻔할 뻔자로 타니와키는 아키라와 묘하게 닮은 자폐 재수생을 새로운 패트로 삼고 그에게 빠져드는데 사랑이라든가 배려, 다정함이라는 감정이 혼란스러운 유우야는 타니와키를 거부하고, 타니와키는 사막을 걷는 심정으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유우야에게 헌신을 다 한다.

 

근데 아직도 내가 할 얘기 본론은 안 나왔음-_- 코노하라상은 대체로 본편은 적극적으로 사랑을 느끼는 측의 시점으로, 외전은 사랑을 받고 서서히 변해가는 측의 시점으로 글을 쓴다. 플라워는 사랑을 잃었음을 깨달은 타니와키의 절망, 폴리네이션은 타니와키의 새로 찾은 패트에 대한 사랑, 니드는 패트 유우야의 혼란을 보여준다. 유우야는 자폐라는 설정때문에 실은 좀 조마조마했다. 자폐를 이해하는 체 할까봐. 유우야의 마음의 소리가 잘 표현되었는지 어쩐지 나는 모르지만 최소한도로 완급 조절을 잘 했다고 본다, 넘치게 아는 체 하지 않고 분수를 아는 체 움츠러들지도 않고, 정말 이런 게 힘든 건데.

 

유우야의 마음의 시점에서 타니와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살며시 웃는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허억... 이걸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ㅁ; 끝내 죽은 아키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막에서 아무것도 찾지 않는 심정으로 가늘게 뜬 눈으로 유우야를 사랑하는 것이 서글프다는 말은 너무나 과잉언어고 음.. 그렇다는 거다-_-;; 낮에는 그 눈매를 몇 번이나 그려보다가 왼쪽눈은 성공했는데 도저히 대칭을 이루는 오른쪽눈을 그릴 수가 없어서 대낭패..했다.

 

글로 읽었을 뿐인데 눈에 선연한 그 표정이 가슴에 스몄다.(오액 스몄다니 완전 느끼한데 대체단어를 못찼겠..) 어떤 작품을 읽고 한가지가 오래 잊혀지지 않고 마음에 머무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특히 나처럼 기억력이 안 좋아서 메모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특정 시기가 아니면 찾지 않는 신파빔을 쏘아 마음에 담기는 것은 우주적으로 아름다운 사건이다. 위에 쓴 문장 안녕, 하고 너는 손을 흔들었다와 유우야를 바라보는 타니와키의 표정, 아름다움을 한가득 안고 나 오늘은 잠이 드네. 아름다운 것이라는 소설도 있던데.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글을 찾기가 힘든데, 며칠간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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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 - 불인별곡(不忍別曲)

 

 

가지 못하네 돌아갈데가 없어
살아 헤어질 이맘은 가없이 떠도네.

살아서 우네 갈곳을 잃었구나
죽어도 못 맺을 이몸은 천공을 헤매리.

가없는 저 세월은 꿈도 한도 없구나
천년을 울어봐도 가는 해만 덧없어라.

가지 못하네 갈곳을 잃었구나
죽어도 못 맺을 이몸은 천공을 헤매리

가없는 저 세월은 꿈도 한도 없구나
천년을 울어봐도 가는 해만 덧없어라

가지 못하네 갈곳을 잃었구나
죽어도 못 맺을 이몸은 천공을 헤매리
살아서 슬퍼라...

 

 

이정애 선생님의 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이라는 모범 비엘 만화, 비엘이 척박한 한국만화계의 독보적 작가 이정애 쌤의 이 작품은 청보법의 검열 삭제로 4권에서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근데 딴얘기지만 청보법 덕에 커플링이 바뀌었다고 한다. 원래 100살의 불로(不老) 교수는 1000년을 살아 반인간이 된 표범 리토소와 결혼-ㅁ-!할 예정이었는데 청보법때문에 소년 니콜로 공자와 러블러브하게 되었단다. 근데 뭐가 차이나는 거지...=ㅅ= 어차피 동성애이긴 마찬가지인데, 단지 동물이랑은 안 되는 건가-_-!!

 

예전에 이런 내용의 인터뷰를 읽고 다행이다 싶었는데, 어제 오랜만에 4권을 읽으며 휴우, 소델리니 당신은 리토소 꺼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암튼 그건 그렇고

 

4권에 자체 패러디작품 <불인별곡>이 실려있다. 사고수첩의 주인공들이 열연하는 드라마 허준 패러디 작품이다(더블 패러디<-이런 말이 있냐-_-?). 나는 선생님의 개그 센스를 딱히 높게 평가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웃겨 죽겠다. 진지한 맥락에서 쓰인 사고수첩의 대사들이 개그 맥락에서 쓰이니까 완전 웃겨. 선생님도 개그 감각이 있는 분이셨어!!!

 

그의 침을 맞은 자는 누구나 그를 사랑하게 된다는 명의 허허준, 그와 운명적 사랑을 나누게 되는 선종은 침략제국 명나라의 황제에게 사랑을 일깨워 전쟁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허허준을 그에게 보내는데... 이 작품의 마지막에 흐르는 노래가 바로 불인별곡! 나는 허준을 안 봐서 몰랐는데, 가사가 좋고 노래도 들어보니 참 좋다. "죽어도 못 맺을" 부분이 특히 좋다.

 

갑자기 선생님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모락모락>ㅅ<

아참 이 작품에서 표범 출신 리토소는 허허준의 스승 "유리태" 역으로 딱 두 컷 나오는데, 두 번째 컷에서 반라(半裸)다, 웃겨 죽겠어~~ 선비옷(?)을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입으시다니.. 속옷도 없이=ㅁ= 너무 좋아아아~~

 

 

 

 

 

(으윽 나 또 병도졌어 이 노래만 하염없이 듣고 있다=ㅁ= 나 정말 이건 병이야, 왜 변태같이 왜 이러는 거야!!!!)

근데 중간에 기타랑 꽹과리로 시끄럽게-_- 구는 부분 되게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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