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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홍콩 갔다와서 아빰 보러 갔더니 삼겹살을 구워 주시며 내내 아프다고 너무 아프다고 몇 점 드시지도 못 했다. 통풍으로도 고생하셨었지만 이렇게 아파하시는 건 처음 봤다. 병원 가자니깐 그 아픈 와중에도 정색하시며 의사놈들은 전부 다 도둑놈들이라고 언니한테 아빠 피 빼달라며, 과거에 의사도 못 고친 지병을 아빠가 자가치유-_-했던 걸 자랑스레 얘기해 주셨다. 몸에 두드러기 같은 게 돋았는데 허리까지 너무 아파서 근데 디스크 통증은 아닌 것 같고, 통풍 증상도 아닌 것 같고 예전에 한 번 앓았던 신경통 같다고 하시며 자가치유를 고집하셨는데.. 며칠 앓다 도저히 안 되겠던지 새벽에 언니랑 응급실에 가셨는데 진료받고 나서도 의사놈들 도둑놈들이라고 욕을 욕을 하셨다고 ㅋㅋㅋㅋ -_- 당일에도 내가 검색해 보니 대상포진일 수 있단 결과가 있었는데, 그거란다. 수두를 앓았던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주로 60대 이후에 대상포진으로 발병한다는데... 의사가 잘 먹고 잘 쉬라는데, 아빰은 이미 잘 먹고 잘 쉬고 있다며, 왜 이런 병에 걸렸지? 의문을 표하시는 데다 대고 검색해보니 노인성 질환이란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빠는 또래 다른 사람들보다 건강하시고 운동도 하고 생활 환경도 좋고.. 굳이 병에 걸릴 이유가 있다면 그냥 나이가 들어서 면역력이 약해져서이다. 아빰이 늙으셔서 그래요, 하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우리 아빠가 노인이란 건 나에게도 충격이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우리 (외)할머니는 할머니였고(겨우 50대셨지만...), 내가 노인이란 일반명사에서 떠올리는 것도 우리 할머니다. 몇 년 전부터 아빠가 많이 늙으셨구나, 깨닫고는 있었지만, 우리 아빠가 그냥 '노인'이라고, 우리 할머니보다 젊어도 노인이라고는 인식하지 못 했다. 말했듯 아빠는 건강하신 편이기도 하고, 우리 아빠는 그냥 우리 아빠니깐. 내가 나이 드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우리 아빠가 나이 드는 건 자연스럽게 생각하지 못 했다. 20대까지는 죽는다는 게 너무 두려워서, 노화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어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노화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있었다. 그런데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를 어느 정도 극복하면서 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체적으로 우리 아빠의 노화를 접하니까 혹시 내가 여전히 노화를 혐오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대상포진이 그렇게 아프다는데 일주일을 참으시다니 어휴... 정말 살아온 세월이란 게 정말... 정말 무서운 거구나. 의사에 대한 강력한 불신도 그렇지만, 한국 전쟁 이후 어린 시절을 겪은 아빠는 헛돈 쓰는 걸 정말 너무너무 싫어하신다. 그런데 대상포진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빠를 오랜만에 만나 또 박근혜 얘기나 하고 아빠를 고통스럽게-_- 만들었네. 집에 와서는 아픈 아빠가 걱정되기보다 왜애애애 우리 아빠가 아직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그 4프로인 거신가 ㅁ이에게 푸념만 했다. 그렇게 오래 아팠고 참았는 줄 몰랐다. 그 아픈 와중에도 박근혜 자체라기보다, '빨갱이'라는 박근혜 반대 세력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게 너무 걱정되셔서, 딸에게 카톡으로 거지 같고 근거 없는 선동글 보내시고, 아빠는 이렇게 죽어도 상관 없는데 너희들 미래가 너무 걱정이라고 집회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가서 헌법재판소에 탄핵 기각하라고 요구하고 싶다고 하시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아오 사실 이 때는 아빠 병의 심각성을 몰라서 그냥 아 그 태극기 든 노인 행렬에 우리 아빠가 참여한다니 왜 뭐땀시 왜 때문에에에에 우리 아빠가 그런 노인인 거냐 속으로 절규하고 집에 와서 절규했는데... 아니 그리고 막 비논리적이라고 막 따졌음 ㅠㅠㅠㅠ 아빠.... 여담으로 우리 아빠 같은 사람이.. 우리 아빤 절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데 왜 저렇게 티비조선마저 빨갱이라고 하며 괴담을 철썩 같이 믿고 계신 걸까 계속 의아했는데, 그 괴담 유포자들이 빨갱이, 적화통일에 대한 오랜 공포를 자극하고 있단 걸 알게 됐다. 아빠는 진심으로, 이러한 국난-_- 속에 이 나라가 북괴들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고, 민주당이든 검찰이든 곳곳에 빨갱이가 잠입해 있어서 나라가 위태롭다고 믿고 계신다.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그 공포심은 오랜 기간 주입된 반공사상이 끊임 없이 자극되고 현재화된 결과다. 그런 걸 첨으로 알게 됐다.
나는 내가 잘 늙는 것만 고민했었는데, 정말 이기적이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아빠가 자꾸 나를 보고 싶어하시고, 몇 년 전까진 니네 집에 빨리 가버려라~ 그런 태도였는데 이젠 더 늦게까지 있거나 자고 가길 바라시고, 빨갱이-_- 운운하는 것도 예전처럼 내게 공격적이진 않으시고, 이걸 슬프다고 치부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거라고, 아빠가 아프신 것도 내가 신경써야 하는 것도 원래 그런 거라고, 내가 좀 이치를 빨리 받아드렸으면 좋겄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아빠가 내 사상을 바꿀 수 없듯이 그 역도 마찬가지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아빠랑 있으면 참지 못 하고 -_- 아빠는 틀렸어요! 아빠 얘긴 다 잘못 됐어요! 싸우고 말았는데 뭔가 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내 나이듦을 긍정하는 것과 아빠의 나이듦을 긍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 같기도 하다. 어렵다. 진인옥 여사나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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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잘하고 건강하고 느아부지말 잘듣고 느언니말 잘듣고 언니하고 우애있이 잘지내고 하는 일에 충실해라.
당가오는 우리 외할머니다 할머니는 피부가 거무잡잡하고 마른 비만으로 왜소한 체구의 소유자라서 옛날부터 우리가 베트남에서 왔냐고 당가오라고 놀렸었다. (당가오라는 베트남어가 있어서가 아니고 그냥 우리끼리 지어냄... -_-;;) 그런 당가오<는 젊은 시절부터 약간의 외모 컴플렉스가 있어서 자기를 못 생겼다고 생각하고 그래 놀려라 니네가 즐겁다면 놀리라긔 하는 태도였는데 이젠 당가오가 뭔지 기억이나 할런지.. 젊을 때 사진을 보면 과연 미인은 확실히 아닌데 어째 할머니가 되면서 더 예뻐졌다. 내 눈에만 그런 게 아닌 듯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 보고 예쁘다고 했다. 노인이 된 뒤로는 흰 머리에 컴플렉스가 생겨서 염색을 열심히 하다가 그도 귀찮아지니(추측) 모자를 반드시 쓰고 다녀서 사람들이 '모자 할머니'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젠 요양원에 있으니 그나마도 모자를 강박적으로 쓰던 습관도 없어진 듯..
한창 때의 당가오. 초귀요미로 활약하던 10년 전.
2011년에 같이 여행 가서. 이 때도 상태가 약간 메롱하셨지만 그래도 괜찮았는데..ㅜㅜ
그냥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을 함께 했기 때문에 항상 애틋하고 근데 잘 찾아가지도 않는다. 요양원에 가면서는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편, 적응이라기보다 주변 환경을 우리와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할머니의 시간은 특정 시점에 멈춰 있는 듯 한데 언젠진 모르겠다. 다만 내가 결혼했다는 걸 기억을 못 해서, 우리 ㅁ이를 항상 모르고 볼 때마다 낯선 남자 경계하는 눈빛이다 ㅋㅋㅋ 그리고 항상 같은 걸 물어봄 "형제는 몇이유?" 그래서 혼자라고 하면 오만상을 다 쓰며 아휴... 혼자면 외로운데.. 엄청 걱정을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냥 결혼 안 했다고 하는 게 낫겠네-_-;; 언니는 며칠 전 방문 때 결혼 걱정을 반복해서 계속 하니까-_- 다음달에 결혼한다고 뻥을 쳤고, 매우 기뻐하던 할머니는 잠시 뒤에 또 결혼 걱정을...-_- 자식들 자손들이 무어 그리 걱정돼서 다 기억도 못 하면서 걱정하는 마음은 계속 꽁꽁 짊어지고 가냐.. 참 안타깝다. 전화라도 해야지. 옛날에는 내가 전화하면 진짜 반가워하고 좋아죽을라 하셨으나 요즘에는 데면데면하다...-_- 만나면 엄청 좋아하긴 한다. 뽀뽀 좀 그만해...-_- 나만 보면 뽀뽀함 다른 손자한테도 그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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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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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참 오래하셨군요.2004년도 글이 검색되어서 오게 됬습니다.
롱런하는 분들은 존경심이 듭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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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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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쯤엔가 엄마랑 시장에 갔어요. 한 꼬마아이가 꽃개 엄마를 할머니라고 불러서 막 화내고 저자식 혼내준다고 방방 뛰었던 일이 있어요. 저를 말리시던 울 엄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니덜이 시키는대로 결혼해서 애를 낳았으면 할머니 소리를 벌써 들었어야 했다고 하셔서 식겁했던 기억이 나네요. 뎡야 완전 효녀다. 흑흑... 제 몫까지 효됴르르...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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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야 효녀 로드만 걷고 있으니깐요...< 막 이럼 ㅎㅎ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