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길

category 2004/08/30 19:25

 

달의 길을 보려고 옥상에 올라가는데
5층 주인집 현관문에는 달토끼들이 방아를 찧고 있고
옥상에 오르니 별은 엉기성기 대충 빛나는데
달구멍은 뻥 뚫려있어
물탱크에 가렸나, 아슬허니 난간에 올라 봐도
달구멍은 뻐버벙 뚫려있고
비행기 날아가는 것도 보이는데
(비행기는 난다는 말 때문에 난다)
달은 보이지 않고

    저 미개한 나라의 달토끼는 문명국에 박제되어 남아있는데
    차거운 달은 화석조차 남지 않아
    제왕의 사라진 자리를 별무리가 꿰차고 앉았다
    그리하여 별의 길을 뒤쫓는 시인의 마음은

괜히 춥기만 하고
하산길, 5층 주인집 현관문에는 달토끼들이
여전히 방아를 찧고 있고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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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30 19:25 2004/08/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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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2(시계들의 사랑이야기만은 아닌 시)

category 2004/08/30 19:24

시계Ⅱ
  -시계들의 사랑 이야기만은 아닌 시

마루에 있는 장롱같은 시계는
1시간이 55분이라
앞서가고

내 방 벽시계는 1시간이 65분이라
느려터지고
장롱시계를 애모하여 그를
만나고 싶어하네

서로는 자신을 불량품이라 생각해
누가 보나 너희는 불량품이지만
그러나 이 바보들아!
모자란 부분 남는 부분 합쳐 버려! 처음부터 완전체는 없으니
아! 나를 깨워주는 때르릉 시계는 정확히
1시간 60분이지
그래도 너는 싫어
졸린데 시끄럽잖니 조용히 좀 해라

 

 

 

==============================================================

 

최고의 거지라는 찬사를 아낌없이 바쳐 버린 시.

시계 씨리즈를 4갠가 5갠가 썼는데 다 어처구니없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근데 다 어디 가고 이거만 써놨네. 다른 거 써놓은 공책이 어딘가 쳐박혀 있을 거다.

20살 때 처음으로 시 쓰는 게 재미있어서 공책에도 애정이 가서 버리진 않았던 거 같다.

버렸을 수도 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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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30 19:24 2004/08/3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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