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파괴

  • 등록일
    2004/10/22 02:34
  • 수정일
    2004/10/22 02:34
  • 분류
    우울한일기

* 이 글은 미갱님의 [2004년보도사진전]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쓸까말까 마음이 무거워서.

 

이런 사진을 보면 뭘 느껴야 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마음이 괜찮을까? 사진을 봤다는 것을 잊어도 두고두고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쟁에 나가면 왜 미치는 걸까? 안 미치는 사람들은 뭘까? 정말 안 미친 걸까? 모르고 있는 건 아니고.

 

미쳐 버릴 것 같다. 나는 혹시 고통을 외면하고 싶은 건가, 단순히.

이런 사진들 봐도 괜찮게 살 수 있나. 아니 다 괜찮은 척 하면서 사는 건가.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게시판에서 기절할 사진을 봤다.

나는 분명히 그전에도 더더욱 잔인한 사진들을 봤다.

그동안 묶어두고 없는 척 했던 무엇이 끊길까봐 놀라서 무서웠다.

내가 남의 고통을 정말 받아들여도 밥먹고 웃고 살 수 있을까.

그래서 안 받아들이기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 보고 못 본척 모르는척

인간성이 파괴될 것 같다. 그래서 미치는 것 같다.

미쳐버릴 것 같다. 그 사진을 본 뒤로 정신이 나갈 것 같아서 간신히 붙잡고 있었는데

내가 그냥 오버하는 건가.

머리속에서 흐르던 리듬이 깨져서 뭐가 뭔지 모르겠고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도 놀랍고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사람들이 아프고 죽는데도 밥먹고 컴퓨터하고 공부하고 집회나가고 멀쩡히 살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하나도 안 멀쩡하다. 하지만 내일도 내일 모레도 영원히 살려면 멀쩡한 척 해야겠지.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팔이저리다 다 죽었으면좋겠다

이런 마음 창피하고 진심이라서 무섭다

 

 

 

 

 

글 써놓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 다시 멀쩡해졌다.

지금도 계속 이거 누를까말까 고민하고 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콧물을 먹으며 울었다.

신승원은 내 눈물이 내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고 눈물로 대충 수습하고 끝난다며

내가 울 때마다 화냈다. 맞는 소리다. 울고나면 아무렇지도 않다, 항상.

내가 흘리는 눈물이 다 자기방어라니. 내 몸의 메커니즘이라니. 별 걸 다 꿰뚫어보네.

 

그래서 또 울어 버리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기분만 회복해서.

또 몇 번이고 이런 일이 반복되겠지만.

그래도 이런 글을 쓰고 등록 버튼을 누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고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고 그래서 아무도 안 죽고 아무도 안 다치고 살 수 있을 거라고

다 울고나서 다시 긍정적이 돼 버린 것이었던 것이다.

 

아 등록을 누를까 지우고 자 버릴까 몇 번이나 이런 글을 썼었지만 몇 개는 비밀글

몇개는 삭제. 내면을 드러내는 것도 고통스럽고 다른 사람도 다 슬퍼하는데 혼자 이러면

좀 재수없기도 하고. 하지만 얼마 전부터 안 재수없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는데=_=

그러니까 그냥 올리고 안 재수없어 해야지. 근데 그거랑 상관없이 재수없는 거 아닌가??

짜증나 그냥 올려야지

글을 쓴 것도 공개하는 것도 저를 위한 이기적인 이유니까 이거 읽으신 분 동요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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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여, 다시 한 번

  • 등록일
    2004/10/22 01:13
  • 수정일
    2004/10/22 01:13
  • 분류

 


내가 만들어본 책표지. 사진출처 엠파스

험프리 보가트 출처 엠파스

 



우디 알렌 영화 뭐뭐 봤지?

존 쿠삭 나오는 거 제목이 뭐였지?

에드워드 노튼 볼라구 에브리원 세즈 알러뷰를 봤었지.

스몰 크룩... 그건 제목도 잘 모르겠다. 좀 들 재밌었는뎅

 

집어치고 우디 알렌 영화 좋다.

행복하다. 참 좋다.

 

판타지는 싫어하는데(설정 외우기 귀찮아서)

일상 속에서 판타지는 참 좋아한다.

하늘을 날으면서 부인이랑(전부인인가?) 춤추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원래 판타지는 다 싫어했는데

우디 알렌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도 같다, 일상의 판타지.

 

암튼 도서관서 책구경하다가 찾은 희곡.

역시 자기가 주인공. 20대에 쓴 60년대 작품.

그런데 역시 내가 본 영화들과 차이점은 잘 모르겠다.

우디 알렌 맨날 소심하고 우왕좌왕하고 귀엽고 서툴고 해피 엔딩이고.

열라 재밌고.

 

뭐 다 좋다.

그냥 좋다.

비꼬는 것도 귀엽다.

우디 알렌은 부자고 행복하다. 나는 그게 좋다.

 

얼마전에 내가 왜 그리 아멜리에를 보고 화를 냈을까 잘 생각이 안 난다.

아멜리가 뭐시 어쨌간디??

그건 내가 아일랜드 싫어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다.

이것저것 이유를 갖다 붙이지만

그냥 싫은 거.

그냥 싫다라고 생각해 버리고 나면 별로 싫지도 않다. 관심이 뚝 끊기니까.

 

자세히 살펴보면 싫은 이유가 있을텐데.

사실은 내가 좋아라하는 야마다 유기 만화나

우디 알렌 영화와

싫어라하는 아일랜드와 아멜리,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다 이것저것 무시하고 참으로 행복한 동화인데

왜 뭐 보고는 불같이 화내고 뭐 보고는 행복하다고 쓰러질라 그럴까?

정말 모르겠다-ㅅ-

 

근데 나 지금 무슨 소리?

 

우디 알렌의 환상, 그의 욕망이 삽입된 험프리 보가트와

그의 자괴감이 만들어내는 아내와 여타 여자들의 환상들

슬픈데 우디 알렌은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쓰는 걸까?

 

아주 짧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또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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