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구체적인 진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 등록일
    2004/09/04 13:41
  • 수정일
    2004/09/04 13:41
  • 분류

시는 구체적인 진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 까다로운 내 친구들에게

 

 

 

                                               엘뤼아르

 

 

 

숲속의 태양이 침대 속에서 몸을 맡긴 여자의

아랫배와 같다고 말한다면

내 말을 믿고 내 모든 욕망을 이해하겠지.

 

비오는 날 수정방울이 사랑의 무료함 속에서

계속 울려 터진다면

내 말을 믿고 사랑의 시간을 지연하겠지.

 

내 침대의 가지 위에서 말 잘 듣지 않는

새 한 마리가 집을 짓는다고 말한다면

내 말을 믿고 나의 불안을 함께 나누겠지.

 

움푹 파인 샘물의 밑바닥에서

푸른 풀잎을 살포시 열며 강물의 열쇠가 돌아간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내 말을 더욱 믿고 잘 이해하겠지.

 

그러나 내가 이 모든 나의 거리와

끝없는 거리와 같은 나의 조국을 거침없이 노래한다면

당신들은 이제 내 말을 믿지 않고 사막 같은 곳으로 가버리겠지.

 

왜냐하면 자네들은 목적도 없이 걷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세계를 변혁하기 위해서 인간은

뭉쳐야 하고 희망하고 투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네

 

내 마음의 걸음으로 자네들을 인도하겠네

나는 힘이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지만

놀라워하면서 자네들을 감동시키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만 자네들을 해방하여

빛을 쌓아가는 우리의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새벽녘의 해초와 등심초와

뒤섞여 살도록 하기 위해서이네

 

 

 

 

 

-------설문에 대한 답변-----------

 

귀하는 예술을 혼란하게 하고 어둡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란하게 하고 어둡게 한다>는 것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예술가와 시인, 작가가 거짓을 말할 때에 존재합니다. 거짓말이란 밑바닥의 더러운 현실과 투쟁하지 않고 단순하게 수락한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예술가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현실을 꿰뚫고 지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현실은 그 실체를 드러내고 노출되며 현실은 불행하고 더럽고 잔인하고 공허하고 괴물스러운 것이 됩니다. 현실의 다른 이름은 백치와 불행과 질병과 전쟁입니다. 현실은 욕설을 하고 악취를 풍기며 파괴합니다.

 

 

======================================================

 

이 시를 읽고, 뒤에 부록으로 실린 설문 답변을 읽고 또 감동했었다. 그래 나는 진실하리라!

진리로 다가가리라! 그러나 예전부터 내 시쓰기는 비겁하다.

지근이의 시를 쓰는 이유 "회피가 일상이지만 가끔은 직면하고 싶어서"라는 글을 읽었을 때

말이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오오 시만큼 멋지다라고.

나는 어떠한가? 나는 어떻게 이 '더러운 현실'과 투쟁하였는가? 내 시쓰는 근본적 태도가,

언제나 생각을 멈추고 더 파고들어가기를 주저하고 어정쩡하게 끝내 버리는 비겁함이 주를

이루어서 시를 써도 즐겁지 않은 상황까지 이르렀는데도 나는 계속 진리는 막을 치고 있어서

다가갈 수 없다고 지한테 변명이나 하고 자빠졌다.

내 시를 쓰는 태도가 악취를 풍기고 파괴적인 마당에 현실은 어떻겠는가.

좀더 맹렬하게 파고들어가야 그래야 현실을 꿰뚫고 지배할 수 있을텐데 만날 절망만 하고 있으니. 끌끌이로다.

이런 글을 쓰고 나서는 얼마나 처절한 시를 쓸까? 내가 과연???

말로만 치열하게 치열하게 세상이 바뀌길 남이 변하길 바라지 말고 치열하게 치열하게

게으름으로 점철된 인생에 종말을... 선고한지 벌써 여러 해.

죽지 않고 뭉글뭉글 뻗쳐 나간다. 대체 이런 글을 써대는 나랑 평소의 나랑 당최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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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퍼스트 클럽 - 아케미 타카이도

그림에 대해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손가락과 머리. 여러 각도를 잡는데 최소 단발이라도

긴 머리 주인공이 꼭 등장하므로 그 머릿결을 쓸어내리는 섬세한 손가락이 섹시하다. 긴 머리와 손가락의 에로틱 2중주- 야오이의 미덕을 고루 갖추었다.

한국에 들어온 작품 중에 초기작이라 생각되는 트립 씨리즈 특히 1권 때는 그림이 엉성했다. 얼굴은 예쁜데 벗은 몸은 나무토막. 지금 블랙퍼스트 클럽 5권에 와서는 엉덩이랑 발이 완벽하다. 그림이 더욱 아름다워졌다. 하지만 허리는 아직도 나무토막.

 

<블랙퍼스트 클럽> 총 5권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도어 투 도어는 기억이 안 난다. 4권까지 엄청 흥미진진하게 보았고,

5권 나온 거 알고 참지 못 하고 아침부터 갔다 읽었는데 에이... 내가 기대한 대로 안 되니까, 쩝.

 

3년간 좁은 기숙사 방에서 룸메 생활을 하며, 가까워진, 서로 잃고 싶지 않은 두 친구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공은 머리가 길고 머리가 좋고 재미있고 자유롭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섬세한 사람이다. 수는 이성애자로, 동성애에 대해 아무 개념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편견도 없고, 노말은 안 건드린다는 공의 말을 믿고 친구로 잘 지낸다.

근데 어느 날 목욕하던 수가 쓰러져 다른 친구가 구해 주는 장면에서 맨살이 맞닿아 있는 걸 보고 아찔, 가장 친한 친구인 수를 사랑의 대상으로 보게 된 것이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사랑과 우정의 경계가 어느 쯤일까인데. 이 작가분의 다른 만화에도 나오듯이 너무 진한 우정은 사랑과 종종 혼동된다. 수는 우정이다. 명백히 우정이다. 공을 잃고 싶지 않다. 공은 곁에서 친구로 못 지내겠다고 한 10년 쯤 안 만날 생각을 하는데, 그거 반칙이얌-_- 그렇게 세게 나오면 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잃고 싶지 않은데, 삼촌 장례식장에 갔다가 우정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는데. 공의 의도는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를 없게 했다.

 

이럴 때 지극히 평범하고 호모에 대해 약간 두려움까지 가진 남자들은 우정을 포기할 것이다-_- 그러나 이 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섬세하다. 외롭다. 당근 받아들일 줄 알았어-_-

 

근데 나는 5권을 조마조마 보고 싶어한 것이, 이 수가 결국은 안 되겠다고 하지 않을까, 했는데.

갈수록 수의 역할에 익숙해지는 것이.. 6권도 나올 것 같다. 6권에서 제발 헤어져라!

이 커플을 매우 좋아하므로 질투로 이러는 게 아니다=_= 어쩔 수 없는 게 있는 건데. 에잉

 

음.. 그 1권만 보고 말았던 트립 씨리즈 세 권짜리도 다시 봤는데 2권이 너무 좋다 좋아!

아아~ 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여~~ 이여~~ 

농구 얘기랑 배우 얘기가 너무 좋구나. 이 작가님은 뭔가 아슬아슬하고 섹시하다. 어떻게 생긴 손일까??

 

작가의 야오이渡 : ★★☆☆☆ ->야오이 작가라기보다 퀴어물 작가같다. 이 작가의 만화는 야오녀 말고 누구나 볼 수 있는 만화다. 다만 동성애에 편견있는 사람 사절






출처 : 네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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