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만화였다면

  • 등록일
    2009/08/03 10:52
  • 수정일
    2009/08/03 10:52
  • 분류
    우울한일기

고립된 쌍용차 공장 안에 2미터 괴력의 투포환 선수가 나타나 꼼꼼히 포장된 물과 핸드폰 밧데리, 소금 등의 팩을 100개 투척했을 것이다. 그의 공은 빠르나 손목의 스냅은 부드러워 막판엔 점점 속도를 떨어뜨리며 안전하게 공장 앞까지 들어가겠지. 그러면 공장 안 노동자들은 놀라움에 땀을 뻘뻘 흘리며 팩을 뜯고는 물이다!! 라며 기뻐하는 거야.

 

아마 괴력의 투포환 선수는 공장 문 앞의 경찰들을 맨몸으로 집어 던지고 잠깐 문을 열어줄 수도 있을 거다. 퍼붓는 최루액 속을 유유히 걸어들어가는.. 경찰들은 테이저건을 사용해 그를 연행하려 했지만 조낸 끄떡도 안 하고, 연행할 커다란 차가 없어서 애먹다가 엄청 큰 차를 가져와서 잡아가지만 사실 그는 헐크의 자식이었고... 분노한 헐크가 다 밟아버리는 건 너무 심하다

 

또 있다 개인용 경비행기를 모는 사람이 있는 거다. 그 사람은 특별히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고 다만 정의로운 사람이다. 티비를 보며 불의를 찾지 못하고 평택 근처로 항로를 잘못 잡은 척 하며 팩을 투하하는 거다. 자기가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특별한 부자는 아니고 단지 경비행기 매니아였던 거야 그러다 그의 동호인들도 합세해서 물뿐 아니라 과자나 개인 취향에 따른 고기, 두부, 안전한 투쟁복, 투쟁도구들까지 반입!!

 

아니면 보다못한 un이 나서서 공장 안에 팩을 뿌리겠지 내용물은 좀더 많을 거다 규모가 크니까.

 

 

이것이 만화라면 결국 어떻게든 싸우는 사람들의 승리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단기 일시적 승리라도, 만화가 끝나려면 승리해야 한다. 나는 이런 불가능을 신적 조건들을 가미해 해결하는 만화를 싫어하고, 현실의 냉엄한 자본논리를 반영한 비극적 세계관의 만화를 좋아한다. 지금만큼은 아니다. 정말 만화처럼 말도 안 돼, 하면서도 눈쌀 찌푸리지 않고 웃을 수 있게 다 승리하며 끝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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