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변화

  • 등록일
    2011/10/17 00:54
  • 수정일
    2011/10/17 00:54
  • 분류
    마우스일기

오늘 언니에게 아빠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염소를 보내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알아보란 얘길 들었다. 텔레비젼 방송을 열심히 보며, 한 가구에 2만원만 보내면 염소를 한 마리 사고 먹고 살 수 있다는 뭐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안 됐다고, 안 됐다고.

 

 

정말 깜.짝. 놀랐다. 우리 아빠 평소에도 귀여웠지만 어쩜 이렇게 귀여운 생각을...< 이라기보다 아빠는 정말 이기적이랄까 반사회적이랄까. 둘다 썩 어울리는 말은 아니구나;

 

아빠는 좋은 사람이긴 한데, 자기 가족과 자기 지인들에게만 좋은 사람이다. 타인의 삶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아니 사회를 믿지 않는다. 오직 개인만이 자기자신을 지탱하고 지지할 수 있으며, 국가나 사회가 개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사 프로나 뉴스를 엄청 꼼꼼히 다 챙겨보며 모든 사안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대단히 자기 계급에 충실하다. 자기 전체 계급에 충실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계급에만 충실하다. 누군가 어렵다면 그건 그 사람이 못나서라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자수성가 논리. (시시빼빼로 날 보고 패배자라고 말함 진짜로 패배자라는 단어를 사용함 아 웃겨;;;;) 사회구조는 보지 않고 개인적 불행/무능력 문제로 치부하는.

 

하지만 주변 사람에게는 아주 잘 베풀고 세심하게 신경쓰고 사회관계도 어찌나 많이 잘 지내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_- 이미 노무현을 지지할 때부터 아빠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용산 참사에 대해서도 과잉진압이 잘못 되었다는 입장을 가지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었다 아빠의 변화, 라기보다는 진화-ㅁ-랄까.

 

뭔가 타인의 삶을 생각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하면 니나 잘 하라고-_- 지금도 항상 얘기하지만 그래도 아빠가 저기 멀리 있는 아이들을... 아니 안 돼한다는 건 알았지만 직접 돕겠다고 생각하다니..!! 매우 놀라서 재빨리 검색해서 계좌만 부르라는 단계에 노트북을 들고 아빠 곁으로 갔는데, 아빠가 본 프로그램에서는 염소 한 마리당 2만원이었는데 내가 찾아보니 그 캠페인은 끝났고 지금은 4만원이라고... 그랬더니 도둑놈들 장사한다고 돈을 보내지 않겠다고... ㅇ<-<

 

그래도 다른 걸 찾아보라고 다음에 하겠다고 했다.

사람은 다 변하는 거지만 우리 아빠도 점점 변하다니 놀랍다. 근데 아직도 빨갱이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얼마 전 진보신당이 민노당보다 더 진보적이고 빨갱이 종북 아니냐고, 그래서 아니라고 민노당이 종북이라고 말해줬다 ㅋㅋㅋㅋㅋㅋㅋ 급좌=종북이라는 국정원식 논리를 아직도 고수하고 있구나. 나도 종북 싫어해서 이런 얘긴 잘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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