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

  • 등록일
    2005/07/19 12:20
  • 수정일
    2005/07/19 12:20
  • 분류
    마우스일기

예엣날에 박명진 오빠가 상실의 시대에서 미도리가 친구들은 가난하다, 돈없다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자신은 정말 가난했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동감했다였나?)고 말했던 게 무척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나도 그 책을 옛날에 읽었지만 주인공 남자가 비행기 타고 가서 아줌마랑 잔 거밖에 기억 안 난다-_- 그게 되게 쇼킹했었음;; 그런데도 오빠가 말한 것은 대강 기억하고 있다.

 

왜냐면 그 뒤로 살펴보니 나를 비롯해서 별로 가난하지 않은 친구들이 돈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가난하다, 나 그지다란 말을 망설임없이 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용돈을 다 써버려서 돈이 일 푼도 없었던 적이 많다. 그런데 그 때 느꼈던 가난함이랑 지금이랑 차원이 다르다.

 

지금 나는 과거의 잘못된 판단으로 경제적으로 궁핍하다. 모든 짐은 언니가 져 줬지만(횬힘 알랍;ㅁ;) 그래서 횬힘에게 일 푼도 받을 수 없어서 12월이 오기 전에는 돈이 없다. 지금 이 상태가 겨우 3주정도 됐는데 나는 무척 힘들고 부자유스럽다.

 

부자유스러움을 많이 느낀다. 2천원짜리 냉면도 못 사먹다니.. 쇼크. 내가 체감하는 가난은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없다는 게 가장 크다=_=

 

옛날엔 전혀 몰랐는데 오프 모임같은 데에도 회의가 든다. 내가 그동안 오프에 나간 곳은 모두 대충 말하자면 진보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데였는데도 항상 만 원 이상은 썼다.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많이 쓰고. 때에 따라 안 내기도 했지만 문제는 돈이 드는 오프 모임이었다는 것...

 

그러면 나는 만 원 내지 이만원 정도는 낼 여유가 있었는데 이건 혹시 그 정도를 못 내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문화가 아닌가? 돈 내는 사람의 입장에서 돈이 없어서 누군가 돈을 못 내도 별로 상관없지만 맨날 돈 쓰는 모임에 돈없는 사람이 어떻게 맨날 나가겠는가...

 

어째 나는 이 점을 여태 전혀 생각치 못했을까. 말하자면 돈이 없으면 진보적인 사람들도 만날 수 없다.. 뷁=_=

 

이런 식으로 오프 모임에 못나왔던 사람들이 그동안 있었을까? 그러니까 어떨 땐 돈이 있고 어떨 땐 돈이 없는 나같은 사람들 말고 12월까지의 당분간의 나=_=같은 사람이 그래서 만남의 자리에 못 나왔던 일이 있을까? 내가 몸담았던 곳들에서? 있을까?? 없을까??

 

천만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사무실에서 세미나를 하므로 일 푼도 없어도 된다. 가끔 바깥에서 모임하자는 회원들의 압력-_-이 있을 때도 있지만 꾸엑

 

으으 좀 심도 깊게 가난과 오프 기타 등등을 고찰하려 하였지만.. 영화 보고 싶다=_= 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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