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04/11/12 10:55
  • 수정일
    2004/11/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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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일본에서 제일 귀여운 사람이라고 감히 확신한다-_-;;;;;

 

<산시로><그 후>와 함께 소세키 3부작이라는 <문>!

산시로와 그 후는 안 읽었다-_-;; 그 후는 옛날 책이 <마음>이랑 한 책으로 만들어져 <마음. 그후> 이러니까 <마음>의 그 후 이야기도 있는 건 줄 알았다는-_-;; 산시로의 그 후라더라고.

 

그래서 산시로부터 읽을까 했는데 도서관에 없어서 그냥 읽었다. 며칠 전에 책구경하다가 그 한국일본학협회 일본문화연구총서 씨리즈 중에 소세키에 대한 책이 세 권이나 있는 것을 보고 한 권 읽고 싶어져서 읽을라다가 마지막으로 소세키를 읽은지 좀 되어서 워밍업 차원에서 빌려봤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보다 코믹한 점은 떨어진다. 이 두 작품은.. 크헉 정말 웃기다. 문은 웃기는 작품은 아니었으니까 모. 그래도 역시 귀여웠다.

 

항상 등장인물들이 굉장히 신승원같다. 소심하고 귀엽다는 점이 최고다.

 

일본 문학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지금도 뭐-ㅅ-) <마음>을 읽었을 때 아으, 아으아으아으~ 그랬었다. 소세키는 순응주의자의 전형으로 혼자서 가만히 세상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 개입하지도 않고 고요하고 소심하게 살아간다. 아니 그 주인공들이;; 별로 권하고 싶은 삶은 아니지만-_-;; 정말 최고로 귀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귀여워서 참지 못하고... 쓸데없는 말을 잔뜩 썼다-_-;;

 

문 밖에서, 두드려 봤자, 열리지 않는다. 지가 열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못 연다. 언제까지나 거기 서있다. 그렇게 계속 산다.

 

신기한 이야기였다. 이 소설을 '불륜'에 관한 것이다. 이 불륜은 친구의 부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일반적 의미의 불륜은 아니다. 통속적 의미의 불륜을 저지른 후의 총체적으로 그 인생은 불륜이 된다.

 

슈스케와 그 절친한 친구 야스이의 부인 오요네. 소설이 반쯤 넘어갈 때 둘의 만남이 나온다. 분명히 붉은 빛의 격정적인 사랑이었지만 현재의 고요한 상황을 반영하듯 '불륜'의 과정도 고요하게 나온다. 자세히 나오지도 않는다.

 

그 둘의 관계는 지겹게 끈끈한 그런 게 아니고 우리는 하나다! 이런 식이 아니고, 하나의 유기체라는 표현이, 현대인이라면 두 남녀가 등을 맞대고 손을 맞대고 있는 게 연상되고 옛날 일본 사람이라면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여자와 남자가 나란히 곧게 서 있는. 그렇게 연상된다.(이 때 일본 여성은 혼자 양산을 쓰고 있으면 퍼펙트)

 

야스이에게 죽을 만치의 커다란 고통을 주었으므로 두 사람은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그리고 스스로 죄인이 되어 둘만이 조용하게 살아간다. 죄의식을 떨쳐 버리지 못해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라 여기는 오요네.

 

어느날 야스이와 거의 만날 뻔한 슈스케는 절에 가서 도피하고 싶지만 결국 문밖에 서 있는 자로서 평생을 살게 된다. 이제 봄이 오지만, 또 다시 겨울이 올 거라고.

 

한 사람의 생을 온통 지배하는 이 죄의식. 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을 열어 주지 않는 죄의식. 불륜은 한 번 저지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의 고통이 되었다. 뭔가 부조리하게 느껴진다.

 

 

지금 소세키 연구집을 읽는데 너무 개인을 파헤치네.. 이렇게까지 당하느니 안 유명한 게 나을 정도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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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여성들, 늑대를 타고 달리는

  • 등록일
    2004/11/12 09:20
  • 수정일
    2004/11/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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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책과 천천히 읽다가 속도 붙어서 한 번에 다 읽었다. 저자들이 성노동자를 대하는 자세가 나하고 비슷했고 그러면서도 그들의 생활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고보니 비슷하다고 해도 될랑가. 지난 번에도 다함께 입장과 다른 블로거님의 입장을 같다고 혼동했었는디. 뭐를 말하는 건가 하면 이곳(한국? 지구?)에서 자행되는 성매매와 별도로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성노동자들을 인정해야 하는 현실.

 

단지 좀 고민이 되었던 포주나 고객과의 착취-피착취는 그들 관계가 그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화 <어색해도 괜찮아>에서 나오듯이 "사실은 복잡한 관계일 거야"

한 여성의 말을 빌자면 포주=악마가 아니고 악덕 포주=악마라는 것이다.(악마라고는 안 했다. 다른 말인데 기억 안 남)

 

밖에서 가만 보기에는 그녀들이 포주에게 종속되어 있어 그들 발언이 못미더울 수도 있겠다. 그래서 집회에 대해 동원 얘기가 나오는 거겠지. 분명히 어느 정도 동원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한 자발적 의지도 강할 것 같다. 책에서도 전직 성노동자 한 분은 성노동자 여성 개개인은 약하지만 힘을 합치면 포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도와줄 지점을 정확히 지적해줬다. 밑에 얘기할 거지만 자치회를 향한 열망은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자치회든 노조든 아무거라 부르든지 한국에도 섹스워커운동은 있다!!! 거기 연대한 사람이 없을 뿐이다.

 

진보 블로그에서 성노동과 관련해서 '노동'의 정의에 대해 토론이 활발했는데 노동이란 객관적 정의가 있고 그에 맞지 않으면 노동이 아닌 걸까? 시가 뭘까? 작가가 시라고 주장하면 시인가? 시의 객관적 형식을 갖추면 시인가? 읽는이 나름으로 이건 시다 아니다라고 정하는 건가? 아니면 시라고 굳이 안 해도 되는가?

 

'시'를 정의하는 거랑은 뭔가 다르겠지. 시는 시라서 중요한 게 아니고 읽고 어떠냐가 더 중요하니까. 노동은 좀더 얽히고 설키고 복잡다단하겠지?? 그래도 잘 모르겠다. 노동이 왜 아니지? 지금 읽는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아시아의 미군 기지촌을 다룬 책에 보면 성노동자와 미군이 함께 즐기고 있는 사진마다 "일하는 여성과 노는 남성" 이 비슷하게 써놨다. 여성이 웃는 것도 일하는 것이다. 일하는 게 아니면 뭐지... 일하지 않고 다만 착취당하고 있는 건가? 졍말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것 또한 계속해서 생각해보고 일단은 성노동자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고 싶다(라고 말해도 인터넷 말고 별달리 보탤 일은 없지만..). 성노동자라는 말이 싫으면 <그들만의 세상>에서 쓰는 표현으로 "성노동을 파는 여성"은 어떨까? 윽.. 너무 비슷한가-_-;

 

옛날에 전두환 정권 때 용산에서 성노동자 여성들의 자치회가 있었다고 한다! 두둥~ 마지막 챕터였는데 제일 즐겁게 읽었다. 정말 너무 즐거워서 다 읽고 나서는 결국 즐거워져 버렸다. 지금 성노동자들의 성명이나 기사를 통해 내가 아는 바로는 이 때로부터 별로 벗어나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옛날에도 사람들 의식이 있었구나가 아니고(그건 내가 느끼기 전에 연구자가 느껴줘서-_-) 그 뒤로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치회의 목적과 활동사항, 1982년의 것을 2004년에 고대로 가져와도 급진적이다. 고대로 활동도 했건만...

 

자발적 모임은 언제나 멋지긴 하지만, 사회적 여건없는 자발은 더 멋지다. 여성들의 자치회 "개나리회"는 물론 어떤 포주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대다수 포주의 미움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었다. 그들의 자립은 나라에서 최저생계비를 대주면 가능한 일이 아니고 스스로 통장만들기 운동을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약을 줄이고, 화투를 줄이고, 비싼 물품을 싸게 구입하기, 아픈 동료 위문 뿐 아니라 사회봉사까지... 사회봉사를 통한 그 보람!!

 

그리고 포주들을 향한 적극적인 대응들도 많았다. 경찰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읽은 책이라는데 안 보신 분은 이 마지막 챕터라도 읽으시길 강력하게 권합니다.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와해될 사건이 있었지만, 중요 요인 한 가지는 지도자의 탈성매매였다. 지도자 분이 카리스마가 너무 강하고 대부분의 제안을 자기가 할 만큼 너무 유능해서, 일 분담이 잘 된 것같았는데도 그 분이 빠지니 자연스레 와해된 것이었다. 그녀 덕분에 개나리회가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지만 그리고 나도 그 카리스마에 반해 버렸지만 한 명이 너무 강하니까 그 사람 빠지면 끝장이잖아. 역시 다른 분들도 분발~~하세요.

 

그녀들은 사회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칼을 세우면서도 사회에서 자신을 보는 시선을 고대로 적용해 스스로를 천하고 나쁜 여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왜요? 왜 나빠요? 하나도 안 나쁘고 어서 원하는대로 돈 많이 벌어서 하고 싶은 일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호흡님의 블로그에서 화무십일홍 듣고 있는데 너무 좋다ㅠ_ㅜ 마음이 휩쓸린다. 이 좋은 노래를 용감한 여성들께 바칩니다~~ 내 맘대로-_- 쿠쿠

*앗참 혹시 모르시는 분 해어화에 가보세요~ 자치조직을 위한 열망이 있습니다.

 

*이 책을 알게 해준 아샬님의 [늑대를 타고 달리는...] 에 트랙백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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