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코드로 영화읽기


 산책ㅣ최지영

 

뇌출혈로 한 번 쓰러졌다가 깨어나면서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게 된 엄마는 자신이 치매인 줄 알고 말이 가슴에서 걸려서 안 나온다며 눈물을 흘린다.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오오... 그러면서 봤는데 감독의 진짜 어머니시고 엄마의 상황을 찍은 거래서 더 놀랍다. 잡동사니를 사라고 칼로 연필을 깎던 잡상이 아저씨에게 우리집 칼이 더 잘 든다며 식칼로 배추를 썰던 어머니 센스 만점>_<

영화 내내 감독이 부럽더라.

 

 물결이 일다ㅣ신동석

 

썬글라스를 끼고 땀을 뻘뻘 흘리는 아들의 모습. 차문이 잠겨서 엄마랑 동생은 안타깝고 짜증나고 답답하고. 비오는데 막 뛰어가서 경적을 울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으으 나도 그렇게 신나본 적이 대체 언제였는지같은 생각-_-

 

 

 


 가는 길에... | 이강민

 

예쁜 여자를 보고 장난을 치며 살짝 찝쩍대던 남자는 내리는 여자가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고 따라내리지 않고 그냥 집에 가버린다. 대사없이 깔끔하게 장애인들을 대하는 비장애인의 태도를 그렸다.

그 공포얘기 떠오른다. 도서관에 예쁜 여자가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가 헌팅한 남자를 따라 나서는데 얼굴이랑 턱을 괸 팔밖에 없었다고. 있어야 할 것이라 상정된 것의 없음에 대한 정상인의 반응을 폭발적으로 그린 공포물이군...

 


 아빠 | 이수진

 

근친상간에 대해 여러모로 해석해 보려고 했지만 전혀 모르겠고, 중증장애인인 딸의 성욕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하던 아빠가 끔찍한 마지막을 연출하는 것이 폭력적으로 보이지 않은 이유는 영화가 아빠의 딸에 대한 일방적 관계로 보이지 않고 쩜쩜쩜. 뭘로 보였는지 모르겠다.

드라마가 아니라 은유로 봐야하지 않겠냐고 나는 말했지만 이도저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직시? 잘 모르겠다.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그래서 앞으로 오래오래 생각날 영화.


 어느 네 팔 소녀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 | 김은주

 

아주 센스있는 영화. 이번 영화제 대부분이 학생들의 작품이었는데 오랜만에 질투를 느꼈다. 나레이션은 총질하는 영화에서 따왔을 법한 영어로, 목소리톤은 영화장면을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으나 이 영화 내용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 그리고 중간에 남녀의 대화에서 남자 목소리는 중국영화에서, 여자 목소리는 프랑스영화에서 따온 것 같던데 재미있었다. 대사는 계속 반복되었고.

보통 장애는 결핍으로 표현되는데 팔이 두 개 더 있다라는 잉여로 묘사한 것도 재미있다. 그렇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의도한 게 없는 것 같다. 재미있는 설정 이상으로는 생각이 안 된다.

스톱모션으로 찍은 화면의 느낌도 좋았다.


기적 | 고수진

 

오오 해석이 가장 분분했던 영화. 시간선후에 대해 다들 생각이 달랐다 ㅋ. 사랑하게 되면서 여자는 눈이 멀고 남자는 귀가 멀어 서로 도저히 화해할 수 없고 헤어질 수밖에 없다. 왜 연애에서 관계가 차단되는 것을 장애에 비유했을까, 이번 영화제의 취지, 장애코드로 영화읽기에 가장 걸맞는 작품이라 하겠다. 소통불가를 장애로 치환하는 감독의 무의식은 무엇? 장애를 장해물로 이해하는 감독의 무의식을 엿보고 말았어 꺄악

 

 

알 수 없는... | 임태용

 

오오 나는 이 영화가 제일 재미있었다. 카메라는 지루하게 연인을 쫓는다. 길가에서 키스할 수 없는 뇌성마비장애인이라서 사람없는 후미진 곳이 필요한 것이다. 잠깐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지루한데 본인들은 오죽하겠는가. 잠깐 팁으로 휠체어장애인끼리는 엘리베이터가 짱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캬하하=ㅅ=.

연인에게는 여자를 좋아하는 스토커-ㅁ-같은 남자가 있는데 그 분때문에 아주 웃겨 죽겠더라는. 꽃다발 내팽기치는 거나 인생이 다 그렇다는 거나 남자네 담벼락에 "고자"라고 스프레이로 쓰는 것이나 파하하. 며느리까지 수발들 수 없다는 어머니는 아들에게 배트남 처녀 만날 것을 종용하고, 어머니에게 넘어간 아들은 여자에게 말한다 : "너 넥타이 맬 줄 아니?"

임신한 여자는 남자를 내내 기다리다가 다음날 아침 "고자"를 "뽕짝"으로 덧씌운다. 거기에 스토커-_-씨가 온다. 쿵짝쿵짝 쿵짜라자짜 네 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뽕짝 노래 가사 속에 인생이 있고 영화가 있다. 그리고 고자를 뽕짝으로 바꿀만한 즐거움도 들어 있다. 참 재미있었다.

 

 

<장애코드로 문화읽기 8월 정기 상영회>에서 본 단편영화들.

무위님을 만나고 말았다 ㅋㅋ ☞  [영화 봤다네 (덩야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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