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TV

  • 등록일
    2009/08/04 01:48
  • 수정일
    2009/08/04 01:48
  • 분류
    마우스일기

오랜만에 외할머니와 만나 티비를 보았다.

 

동물농장(재방)에서 어미소가 새끼소에게 젖을 주지 않고 자꾸 발로 차고 머리로 들이박으며 미워하는 걸 보았다. 어미소가 아픈 것도 아니고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 소는 첫 아기를 굶어죽이고, 둘째의 다리를 못쓰게 만들고, 셋째를 괴롭히는 중이었다. 사람이 몽둥이로 지키고 서있어야 억지로 젖을 주었다.

 

원인을 알 수 없었지만, 몽골에서도 어미낙타가 새끼한테 젖을 안 주면 마두금이라는 악기의 연주를 들려준다고 한다.(그 기구한(?) 사연에 대해서는;ㅁ; 소의 모성애를 일깨워라! 마두금 연주 참조) 한국에 유학중인 몽골 학생을 불러다가 마두금 연주를 부탁하는데, 정말 난폭무도하기 그지없던 어미소의 눈이 온화해지다가 눈물을 흘린다-ㅁ-!! 그리고 썩 신나보이진 않지만 젖도 준다.

 

동네사람들은 모성애도 없는 소라고 비난했지만, 어쩌면 소는 출산의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송아지가 미웠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때리고 죽이고 참 나쁘지만, 사정이 있는 거라고. 이런 소의 사정을 진작 알았다면 다 되었을 것을... 올해 동물농장에 '하이디 여사'라고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나타났는데 그녀의 활약은 실로 놀라웠다. 올해 들어 최고 놀란 일 중 하나-ㅁ- 동물들과 대화를 해!!!! 해결사도 이런 해결사가 없어. 기회되면 누구든 꼭 다이제스트편이라도 보길..

 

암튼 마음을 몰라서 그렇지...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릴 줄도 아는데... 너무 나쁘지만은 않은 거야. 행위는 나쁘지만 ㅜㅜ

 

이 방송을 보며 할머니는 저런 아이구 나쁘다를 연발하다 "소가 새끼 낳기 전에 물떠놓고 빌었어야 하는데..."라셨다. 귀여워'ㅁ'

 

닥터스라는 프로그램도 보았다. 얼굴 한 쪽이 무너져내리고 전신과 내장에도 종양이 있는 '신경섬유종증'이란 병에 걸린 분이 나온다. 혹시나 해서 할머니한테 놀라지 말고 보라고 했는데 깜!짝 놀라며 안타까워하셨다. 이 병은 유전이라는데, 첫딸에게는 유전 안 됐지만 둘째에게는 유전이 된다.

 

그리고 엄마와 둘째가 잠시 앉아서 짧은 이야기를 하는데... 어렸을 때는 원망도 했지만 엄마가 주고 싶어서 준 것도 아니고... 이에 대해 엄마는 내가 겪어서 다 안다고 부모한테 말도 못 하고... 죄를 물려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그러는데, 두 사람의 말은 다분히 연출되고 식상한 질문에 대한 예상가능한 답변이었지만, 글쎄 그들의 깊은 고통과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단순한 말들 속에 녹아있는 진심들이란...

 

아무튼 남의 고통을 관람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보고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휴먼 소재의 프로그램을 극렬 싫어하지만, 가족과 가끔 보게 되면 유익하고,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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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만화였다면

  • 등록일
    2009/08/03 10:52
  • 수정일
    2009/08/03 10:52
  • 분류
    우울한일기

고립된 쌍용차 공장 안에 2미터 괴력의 투포환 선수가 나타나 꼼꼼히 포장된 물과 핸드폰 밧데리, 소금 등의 팩을 100개 투척했을 것이다. 그의 공은 빠르나 손목의 스냅은 부드러워 막판엔 점점 속도를 떨어뜨리며 안전하게 공장 앞까지 들어가겠지. 그러면 공장 안 노동자들은 놀라움에 땀을 뻘뻘 흘리며 팩을 뜯고는 물이다!! 라며 기뻐하는 거야.

 

아마 괴력의 투포환 선수는 공장 문 앞의 경찰들을 맨몸으로 집어 던지고 잠깐 문을 열어줄 수도 있을 거다. 퍼붓는 최루액 속을 유유히 걸어들어가는.. 경찰들은 테이저건을 사용해 그를 연행하려 했지만 조낸 끄떡도 안 하고, 연행할 커다란 차가 없어서 애먹다가 엄청 큰 차를 가져와서 잡아가지만 사실 그는 헐크의 자식이었고... 분노한 헐크가 다 밟아버리는 건 너무 심하다

 

또 있다 개인용 경비행기를 모는 사람이 있는 거다. 그 사람은 특별히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고 다만 정의로운 사람이다. 티비를 보며 불의를 찾지 못하고 평택 근처로 항로를 잘못 잡은 척 하며 팩을 투하하는 거다. 자기가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특별한 부자는 아니고 단지 경비행기 매니아였던 거야 그러다 그의 동호인들도 합세해서 물뿐 아니라 과자나 개인 취향에 따른 고기, 두부, 안전한 투쟁복, 투쟁도구들까지 반입!!

 

아니면 보다못한 un이 나서서 공장 안에 팩을 뿌리겠지 내용물은 좀더 많을 거다 규모가 크니까.

 

 

이것이 만화라면 결국 어떻게든 싸우는 사람들의 승리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단기 일시적 승리라도, 만화가 끝나려면 승리해야 한다. 나는 이런 불가능을 신적 조건들을 가미해 해결하는 만화를 싫어하고, 현실의 냉엄한 자본논리를 반영한 비극적 세계관의 만화를 좋아한다. 지금만큼은 아니다. 정말 만화처럼 말도 안 돼, 하면서도 눈쌀 찌푸리지 않고 웃을 수 있게 다 승리하며 끝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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