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빅셀-책상은 책상이다

  • 등록일
    2005/08/03 18:49
  • 수정일
    2005/08/03 18:49
  • 분류
    마우스일기

  
 
나는 어떤 늙은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피곤한 표정을 지니고 있으며 미소를 짓기에도 너무 지쳤고 화를 내기에도 너무 지친 어떤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어떤 조그만 도시의 길 끝 또는 교차로 근처에 살고 있다.
 그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은 쓸 데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회색 모자와 회색 바지와 회색 상의를 입고 있고, 겨울에는 긴 회색 외투를 걸친다.그의 목은 가늘고 피부는 기름끼가 빠졌고 주름이 잡혔다. 햐얀 셔츠의 깃이 그에게는 너무 넓어 보인다.
 그의 방은 그 집의 맨 윗층에 있다. 어쩌면 그는 결혼을 해서 자식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옛날에는 다른 도시에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도 한때 어린아이였을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때는 어린아이들이 어른처럼 교육되던 시절이었다. 할머니의 사진첩을 보면 그런 시절이 나온다.
 그의 방에는  의자가 둘, 책상하나, 양탄자 한 장, 그리고 침대와 옷장이 하나씩 있다.
 조그만 책상 위에는 괘종시계가 하나, 그 옆에는 오래된 신문과 사진첩이 놓여 있고 벽에는 거울과 사진이 한 장 걸려 있다.
 이 늙은 남자는 아침마다 산책을 하고 오후에도 한 차례 산책을 했다.
 이웃 사람들과 몇 마디 말을 주고 받고, 저녁때면 자기 책상에 앉아 있었다.
 이러한 일과는 결코 변하는 법이 없었다. 일요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남자가 책상에 앉아 있을 때면 괘종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가 그에게 들려왔다.
 괘종시계는 언제나 똑딱거렸다.
 그런데 한 번은 보통 때와는 다른 날이 있었다.
 그 날도 햇볕이 났고,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았고, 새들은 지저귀었고, 사람들은 친절했고,아이들은 놀고 있었다.
 보통 때와 달랐던 점은 이 남자에게 갑자기 세상만사가 마음에 들게 된 것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셔츠의 맨 윗쪽 단추를 끌르고, 모자를 벗어 손에 들고, 발걸음을 빨리 했으며,
심지어는 까치 걸음을 흉내내면서 기뻐했다. 그는 자기 집 가는 길로 접어들자 아이들에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서는 층계를 높이 올라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자기 방 문을 열었다.
 그러나 방안에는 모든 것이 여전했다.
 책상 한 개, 의자 두개, 침대하나, 그리고 그가 앉자마자 다시 괘종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으므로 모든 기쁨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 남자는 커다란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거울 속에서 자기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았고 자기의 눈이 가늘게 깜빡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그는 주먹을 쥔 두 손을 높이 올렸다가 책상 바닥을 쾅 쳤다.
 처음에는 한 번만 쳤고, 좀 있다가 또 한 번, 다음에는 북 치듯 책상을 두드리며 자꾸만 소리 질렀다.
 <달라져야만 한다, 달라져야만 해!>
 그에게는 괘종시계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그의 손은 아파지기 시작했고 목소리는 쉬어 버렸다.
 그러자 다시 괘종시계의 소리가 들려왔고,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언제나 똑같은 책상.> 하고 그 남자는 말했다.
<똑같은 의자,침대,사진. 나는 언제나 책상을 책상이라 말하고, 그림을 그림이라 말하고, 침대는 침대라 부르고, 의자는 의자라고 부른다. 도대체 왜 그렇게 불러야만 한단 말인가?>
 불란서인들은 침대를 <리>,책상을<타블> 이라 말하고 그림은 <타블로>, 의자는 <셰에즈>라 부르며, 서로들 이해한다.
 중국인들은 그들끼리 역시 이런 식으로 의사를 통한다.
 <무엇 때문에 침대를 사진이라고 부르면 안 된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그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껄껄 웃었다.
 이웃 방 사람들이 벽을 두드리며 <조용하시오> 하고 소리 지를 때까지 그는 웃어댔다.
 <이제는 달라지는 거다.> 하고 그는 외쳤다.
 그리고 지금부터 침대를 <사진>이라고 말하기로 했다.
 <나는 피곤해. 사진속으로 들어갈 테야.> 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그는 아침마다 흔히 오랫동안 사진 속에 누워 있었다.
 그럼 의자는 무엇이라고 말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는 의자를 <괘종시계>라고 부르기로 했다.
 즉, 그는 일어나면 옷을 입고 괘종시계 위에 앉아 책상위에 팔을 짚었다.
 그러나 책상은 이미 책상이라고 불리우지 않았다.
 책상은 이제 양탄자라고 불리우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아침에 이 남자는 사진을 떠나 옷을 입고 양탄자 앞의 괘종시계 위에 앉아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된 셈이었다.


 침대를 그는 사진이라고 말했다.
 책상을 그는 양탄자라고 말했다.
 의자를 그는 괘종시계하고 말했다.
 신문을 그는 침대라고 말했다.
 거울을 그는 의자라고 말했다.
 괘종시계를 그는 사진첩이라고 말했다.
 옷장을 그는  신문이라고 말했다.
 양탄자를 그는 옷장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그는 책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진첩을 그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결국 이렇게 된다.
 아침에 이 늙은 남자는 오랫동안 사진 속에 누워 있었다. 아홉시에 사진첩이 울렸다.
 이 남자는 일어나 발이 시렵지 않게  옷장 위로 올라 섰다. 다음에 신문에서 그의 옷을 꺼내 입고, 벽에 걸린 의자를 들여다보고, 양탄자 앞의 괘종시계위에 앉아 자기 어머니의 책상을 발견할 때까지 거울을 뒤적거렸다.
 이 남자는 이것이 즐거웠다.
 그는 온종일 연습을 했고 새로운 단어들을 암기했다. 이제는 모든 사물의 이름이 바뀌었다. 그 자신도 이제는 남자가 아니라 하나의 발이었고, 그 발은 아침이었고, 그 아침은 남자였다.
 이제 여러분들 스스로가 이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있다. 이 남자가 한 것처럼 여러분도 다른 단어들을 바꿔 볼 수 있다.
 <울린다>라는 말을 <세워 놓다>로,
 <언다>라는 말은 <바라본다>로,
 <누워 있다> 라는 말은 <울린다>로,
 <서 있다>라는 말은 <언다>로,
 <세워 놓다>라는 말은 <펼친다>로 바꿔 보자.
 그러면 이렇게 될 것이다.
 남자에 달린 이 늙은 발은 오랫동안 사진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아홉 시에 사진첩은 세워 놓았다. 이 발은 얼어 올라왔고 아침이 바라보지 않도록 이 발은 옷장 위에 자신을 펼쳤다.
 이 늙은 남자는 파란 노트를 사서 이 새로운 단어들을 거기에 가득 적었다.
 그는 할 일이 너무나 많았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길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드물게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는 모든 사물을 부르는 새로운 명칭을 배웠고 그러는 동안 점점 본래의 정확한  명칭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이제 그는 자기 혼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갖게 된 것이다.

 

 

 어느새 그는 때때로 이 새로운 언어로 꿈을 꾸게 되었고
 그리고 나면 학교 다닐 때 배운 노래들을 자기의 언어로 번역하여 나지막하게 혼자서 노래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이 번역도 그에게는 힘들게 되었다.
 그는 옛날의 언어를 거의 다 잊어버려 이제는 본래의 그 언어를 파란 노트를 뒤적이며 찾 아야만 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그는 두려워졌다.
 사람들이 이 사물을 뭐라고 말하더라 하고 그는 오랫동안 생각해 봐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을  사람들은 침대라고 말한다.
 그의 양탄자를 사람들은 책상이라고 말한다.
 그의 괘종시계를 사람들은 의자라고 말한다.
 그의 침대를 사람들은 신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의자를 사람들은 거울이라고 말한다.
 그의 사진첩을 사람들은 괘종시계라고 말한다.
 그의 신문을 사람들은 옷장이라고 말한다.
 그의 옷장을 사람들은 양탄자라고 말한다.
 그의 책상을 사람들은 사진이라고 말한다.
 그의 거울을 사람들은 사진첩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이 남자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군가
<당신은 내일도 축구 경기를 보러 가십니까?>
라고 말하는 것을 듣거나,또는 누군가
<벌써 두 달 동안이나 계속 비가 오는군요.>
라고 말하는 것을 듣거나,또는 누군가
<미국에 저의 아저씨가 한 분 계십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는 웃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이 모든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우스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 이야기는 슬프게 시작되어 슬프게 끝났다.
 회색 외투를 걸친 이 늙은 남자가 이제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이보다 훨씬 더 나쁘게 된 것은 사람들이 이제는 그를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침묵했고, 자기 자신하고만 이야기했고, 인사조차 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온다. 피터 빅셀


2004년 10월 30일 19:42 숭구리 직접 타이핑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영웅본색英雄本色, 1986

 


♪ 희나리 ♪

 

영제는 A Better Tomorrow고 윤발이 오빠가 머리에 총구가 들이워졌던 경험을 얘기할 때 무려 희나리의 홍콩 번안곡이 나온다!!! 전혀 몰랐다. 이 노래를 안지 3년도 안 되었으므로...=ㅅ=

 

내 초등학교 때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보고 안 갔다준... 내 비디오 소장목록의 단연 1등으로 자리잡은 내 인생 최고의 영화>_< 다른 비디오도 많이 사서 대충 다 잃어버렸는데 영웅본색은 아직도 고이 자리잡아... 어젯밤에 갑자기 보았다.

 

이 씬은 기억하지 못했는데, 전철이 달리고 육교 끄트머리에 서있는 윤발이 오빠를 향해 가는 카메라의 워킹이 아름답다;ㅁ; 오빠님 앞에서 딱 멈출 때 느껴지는 그 힘!! 아 멋있어라... 지구에서 제일 멋있음. 저런 썬글라스를 언젠가는 사고 말리라.. 아아 신문 떨어뜨리는 센스, 아니 신문을 일부러 땅에 살포시 내동댕이치는 센스!!!

 

사실은 영화를 다 보진 않았고 윤발이 오빠 나오시는 부분만 열심히 돌려봤다. 극중의 형사 장국영 너무 짜증나. 초딩 때부터 일관된 몇 가지 마음 중에 하나가 장국영 너무 싫어 뷁이다. 으이구 철딱서니 없는 자식 아빠가 죽으면서까지 형이랑 잘 지내라고 했는데 짜식이.. 어이구 니때문에 윤발이 오빠 죽은 거 생각하면 어이구 화가 치밀어서 이거 참...

 

스토리나 캐릭터 설명이 굉장히 요약적이고 감정선에 집중하다가도 여운을 주지 않고 딱 끊어버리는 편집이 놀라웠다. 어쩌면 이건 애당초 호의적인 마음이 있어서 좋은 것일지도. 아무려면 어떠하리. 중심 주제는 가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인데 이 형과 동생의 대결구도에 낑겨있는 윤발이 오빠의 스토리상의 지위는 조연급이지만 화면상으로는 단연 일등신랑감이다. 농담이고 단연 초특급주인공이다.

 

적룡 씨도 멋있다만 오빠님을 따라잡을 쏘냐... 그리고 버버리를 입고 판타스틱하게 총을 갈겨대는 씬보다 홈리스로 이를 갈며 살던 때의 그.. 뭐랄까 세련된 모습이 아닌 몸을 마구 굴리는 총질 씬이 훨씬 멋있더라. 드럼통 위로 마구 굴러떨어지며 맞아서 부어터진 얼굴로 카터를 타는.. 아휴. 한숨이 나올 정도로 멋있다.

 

버버리에 썬글라스를 낀 세련된 전형적인 갱의 모습은 적룡이 감옥 가기 직전까지 얼마 안 되는 기간동안만 보여줬고, 그것도 겉모습만 그렇지 내머리에 총구를 못 겨누게 하겠다고 말하며 부들부들 떠는 모습은 전혀 쿨하지 않고 촌스러웠다. 그런 촌스러운 모습이 백배 멋있더라는. 그래서 양복 벗어 던진 모습이 더 아름답더라. 한탕으로 홍콩을 뜨겠다는 가난뱅이 윤발이 오빠의 망상은 무참히 깨진 채, 머리에 구멍을 뚫고 온몸에 구멍을 뚫고 최후의 발악할 틈새도 없이 다시 온몸에 구멍을 뚫고 비참하게 결말을 내린다. 안타깝고 너무나 어울리는 결말이다.

 

부아앙~~ 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모습이 생생하다. 멍청한 장국영 때문에 죽어야 한다니 너무나 억울하다... 2편은 초딩 때 딱 한 번 보고 안 봐서 전혀 모르겠다. 2편도 봐야지~~~

 

참.. 복수하러 가는 철컥대는 발소리가 스네어 소리와 맞물리는 것이 너무 좋다. 음악을 끊임없이 시끄럽게 사용하는데 이렇게 오묘하게 쓰기도 한 것이다, 희나리 쓸 때처럼.

 

윤발이 옵빠는 영웅본색의 '소마'와 <호월적고사>에서 연기한 누구를 제일 좋아한다는데, 이 영화 못 찾겠다. 너무너무나 보고 싶은 속셈으로 열심으로 디벼봐야지


81년의 모습;ㅁ; 아아.. 나랑 결혼해 죠...

한국에 출시된 비디오 껍데기. 이제는 왜 없다냐..

근데 오빠 얼굴 너무 귀엽다 쿠훗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